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라울 따뷔랭, 1995) - 장 자끄 상뻬

최근 몇년동안, 아니 꽤 오랫동안 이렇게까지 내 감정을 흔드는 책을 만나본 적이 없었다.
처음 몇장을 넘기는 순간까지만 해도(따뷔랭이 자전거를 못타는 대신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기술을 습득했을 때 혹은 오불관언의 경지에 이르렀을 때쯤), 요즘들어 그러하듯 아주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한발 떨어져 남을 관찰하듯 그렇게.
내가 왜 그러는지 알고 있다. 그 속에 휘말려 흔들리고 싶지 않기 때문에.

따뷔랭이 결혼생활을 시작했을 때쯤. 정확히는 '존재론적인 근심들과 형이상학적인 불안을 잠시 논외로 하자면, 따뷔랭은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을...' 그 때, 나는 따뷔랭을 한발 물러서서 바라볼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결국. 따뷔랭이 피구뉴와 사진을 찍기위해 출발하기 시작했을 때,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불안감과 초조함. 절벽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는 듯한 절망감이 덮쳐왔다.
별것 아닐 수 있음에도 치명적일 수 밖에 없는 약점과 정면으로 부딪쳤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했던 경험. 비밀이 드러났을 때 겪을지도 모르는 상실감에 대한 상상으로 숨이 막혔다.

나는 알고 있었다. 내게도 그것이 있다는 걸. 그리고 이 책을 왜 내게 권했는지 또한. 그리고 결국 따뷔랭은 극복하겠지만, 나는 힘들 수 도 있다는 것을.
나는 더이상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지금의 절망적인 따뷔랭에게는 감정이입이 가능하겠지만, 약점을 극복해버린 따뷔랭은 내게서 멀어질테고, 나는 나또한 그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길테지.
그리고 나는.. 나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지금의 이 상실감에 대한 상상과 불안감을 충분히 느껴야 했다. 감정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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